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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이나 지금이나...술 권하는 사회

찍고 앰버김 2026. 8. 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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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의 소설가이자 언론인, 그리고 독립운동가인 현진건(1900~1943)은 1921년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서  3·1 운동 실패 직후 제강점기 조선 지식인들이 마주했던 깊은 절망감과 식민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서술했습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개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일제의 통제 아래 지나치게 낙후되고 변화에 둔감한 대중, 전통적 가치관은 그들을 소외자로 내몰았습니다. 이 글은 실제로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했던 ⁠작가 본인이 식민지 조선으로 돌아와 겪었던 소외감과 경제적 무능력, 주변과의 불화가 주인공 '그'의 모습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습니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

1. 소설의 줄거리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 지식인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아내 사이의 갈등과 괴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아내가 늦은 밤까지 홀로 바느질을 하며 술에 취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아내는 남편이 일본 동경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돌아오면, 마치 '도깨비방망이'처럼 무엇이든 이루어주는 부귀영화를 가져다줄 것이라 믿으며 7~8년의 긴 세월을 인내하며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아내의 기대와 달리 돈을 벌기는커녕 집안의 돈만 쓰고, 늘 근심에 쌓여 술에 의지하는 생활을 반복합니다. 어느 날 밤, 만취해 돌아온 남편은 자신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하이칼라'나 개인적인 '홧증' 때문이 아니라, 바로 '조선 사회'라고 토로합니다. 그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도 명예와 지위 다툼만 일삼는 사회 구조 속에서는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며, 제정신으로는 살 수 없어 술을 마실 수밖에 없다고 절규합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아내는 남편이 말하는 '사회'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요릿집 이름 정도로 생각하며 남편을 타박합니다. 이에 절망한 남편은 다시 집을 뛰쳐나가 버리고, 홀로 남겨진 아내는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고 한탄하며 막막한 현실에 절망합니다.
 

 
 

2. 등장인물의 특징

소설 속 두 주인공인 남편아내는 각각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고뇌와 당시 전통적인 여성상을 대변하는 상반된 특성을 보여줍니다.  
 

남편: 고뇌하는 무기력한 지식인 

고학력 지식인 : 서울에서 중학을 마치고 일본 동경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인텔리
사회에 대한 절망감 : 귀국 후 조선 사회의 부조리(명예와 지위다툼, 실천없는 말뿐인 단체들에 깊은 환멸을 느낍니다. 그는 제정신으로는 이 사회에 살 수 없다고 느끼며 사회적 압박을 술로 달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입니다.
신경질적이고 폐쇄적인 태도 집안의 돈만 쓰면서 책에 파묻혀 지내거나 아내에게 화를 내고 밖으로만 도는 등 가족과의 소통에 서툽니다. 아내를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쑥맥'으로 취급하며 무시합니다. 

 

 

아내: 인내하며 보상적 행복을 꿈꾸는 전통적 여성

헌신과 인내 : 남편이 유학가 있는 7~8년 동안 홀로 바느질을 하며 고독과 고생을 묵묵히 참아냈습니다.
실용적 물질적 가치관 : 남편이 공부하고 돌아오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부귀영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세속적인 기대를 품고 살았습니다. 남편의 학문적 성취보다는 그로 인한 결과물(비단옷, 금지환 등)에 더 큰 가치를 둡니다.
지적 한계와 소외 : '사회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요리집 이름 정도로 생각하며, 남편과의 대화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낍니다.
맹목적인 애정과 염려 : 남편을 걱정해 맛있는 반찬을 준비하거나, 술 취한 남편을 정성껏 수발드는 등 남편을 향한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남편은 거시적인 사회 문제에 부딪혀 좌절하는 인물인 반면, 아내는 미시적인 가정의 안녕과 생계를 중시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두 사람 사이의 지적·가치관적 괴리가 비극적인 갈등의 핵심이 됩니다.

 
 
 
 

3. 소설 속 주요 음식과 에피소드

이 소설에서 음식과 음료는 단순한 섭취 대상을 넘어,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와 사회적 절망, 그리고 서로를 향한 동상이몽을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주요 음식들과 그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맛난 반찬과 고음 (정성과 회복의 희망)

아내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날로 기운이 없어지자, 그를 보충해 주려고 **"맛난 반찬가지"**를 올리고 "고음(고기나 뼈 등을 푹 고은 음식)" 같은 보양식을 정성껏 만듭니다.

이는 남편을 향한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과 내조를 의미합니다. 아내에게 음식은 남편의 기운을 북돋아 다시 '도깨비방망이'같은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이를 잘 먹지 않는 모습은 이미 두 사람 사이의 정서적 교감이 어긋나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술 (지식인의 탈출구와 사회적 독물)
이 소설의 핵심 소재인 **"술"**은 남편에게 가장 중요한 '소용'이 되는 대상입니다.
남편에게 술은 "창자를 휘돌아 이것저것을 잊게 만드는" 유일한 도피처입니다. 그는 제 정신으로 살 수 없는 **"조선사회"**가 자신에게 술을 권한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유능한 머리를 마비시키기 위해 알코올을 선택합니다. 즉, 술은 일제강점기 지식인이 겪는 무력감과 사회적 울분을 상징합니다. 

--> 1920년대 술은 '막걸리(탁주)', '대포', '전통식 증류식 소주' 입니다.
 
3. 상상 속의 요리와 접시 (오해와 시기심)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남편이 밖에서 **"맛난 요리를 담은 접시"**가 번쩍이고, 남편이 기생이나 친구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는 광경을 상상하며 질투와 서운함을 느낍니다.

 --> 1920년대 요릿집이나 선술집에서 먹던 대표 안주는 '너비아니', '전', '오뎅', 빈대떡', 장국'입니다.


4. 냉수 (일시적인 갈증 해소)
취해서 돌아온 남편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냉수"**입니다. 한 대접의 물을 단숨에 들이키는 행위는 술로 타오르는 속을 달래려는 생리적인 갈증을 보여주지만, 결국 다시 쓰러죠 잠드는 모습은 그의 근본적인 갈증(사회적 자아실현)이 해결될 수 없음을 암시합니다.
 
5. 도깨비 방망이 같은 '밥' (세속적 풍요에 대한 기대)
아내는 남편의 공부를 무엇이든 나오게 하는 **"도깨비방망이"**로 여기며, 거기서 **"밥"**과 옷, 돈이 나오기를 기대했습니다.
여기서 밥은 생존을 넘어선 부귀영화와 물질적 풍요를 상징합니다. 아내는 지식을 고귀한 정신적 가치가 아닌, 가족의 배를 불리고 비단옷을 입혀줄 세속적인 도구로 인식했음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아내가 권하는 **'음식(삶과 회복)'**을 거부하고 사회가 권하는 **'술(절망과 마비)'**에 빠진 남편의 모습은 당시 지식인 가정이 처한 비극적 단절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4. 앰버의 두줄 감상

100년 전 현진건이 고발한 '몹쓸 사회'는 일제의 억압이었지만, 오늘날 사회 문제는 '성공과 생존을 강요하는 무한 경쟁 체제'입니다.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 사이의 소통 부재와 고립감, 자산 격차,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술과 도박, 마약, 숏폼 콘텐츠 등 각종 도파민 중독에 빠지고(예전보다 종류가 많아졌음), "노력해도 안 된다"는 좌절감은 시대의 모습이 바뀌었어도, 구조 앞에 작아지는 개인의 쓸쓸함의 측면에서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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