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앰버의 다섯 번째 방구석 그림 전시회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미인을 다뤄봤습니다.
이번에도 역사적 고증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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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는 외모의 화려함 보다는 가부장적 유교가 요구하는 품행이 단정한 여성이 아름다운 것으로 치부되었습니다.
그때의 미인은 앳된 얼굴에 초승달같이
가느다란 눈썹과 쌍꺼풀이 없는 고운 눈매, 다소곳한 콧날에 단정하게 다문 좁은 입을 가졌습니다.
성형수술이 없던 그 시절
쌍꺼풀 없이 작고 긴 새까만 눈동자와 가는 눈썹, 마늘쪽 같은 코, 앵두 같은 입술, 새까만 흑발과 반듯한 이마를 갖고 태어나야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마와 머리의 경계선은 각이 진 형이 또 다른 미인의 조건이었는데, 각진 모양을 만들기 위해 조선시대 여인들은 이마 양 끝에 황새 똥을 탈모제로 바르고 명주실로 잔털을 뽑았다고 합니다. 또한 눈두덩을 넓게 보이게 하기 위해 족집게로 눈썹밑을 정돈했습니다.
이러한 미인상은 조선시대가 끝난 1910년 이후에도 이어져서 오늘날 미인상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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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부터 1960년 이전까지는 인물이 좋다는 말을 '복스럽게 생겼다'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동그랗고 넓적한 얼굴이 인기였는데,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마른 몸매보다 통통한 체형을 선호한 것입니다.
1930~40년대 미인으로는 1910년대생 여배우 문예봉과 김신재가 있습니다.
해방 이후 미국식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서구 여성을 이상적 미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 미인은 이목구비가 크고 골격이 큰 서양 여성 이미지를 반영한 1920년대생 여배우 최은희, 문정숙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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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는 1950년대 말부터 TV를 통해 들어온 외국 문화의 영향으로 서구적인 외모가 더욱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1960년대 초기를 대표하는 여배우는 김지미와 엄앵란이 있습니다.
김지미는 특출 난 미모로, 엄앵란은 숙명여대 가정과를 졸업한 학사 여배우 1호이면서 당대 최고 남자배우 신성일과의 결혼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1960년대 중반에 등장한 1세대 트로이카라 일컫는 여배우 윤정희, 문희, 남정임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세련된 외모를 지녔습니다. 이들은 요부나 백치미 연기는 물론 남정임의 1967년 대표작 '어느 여배우의 고백', 문희의 1968년 대표작 '미워도 다시 한번'처럼 당시 영화를 보는 관중들의 눈물 보따리를 풀게도 했습니다.
트로이카(troika)는 러시아어로 세 필의 말이 끄는 썰매라는 뜻으로,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세 사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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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서구적인 외모에 밝고 당돌한 젊음이 귀여움으로 다가오는 여성이 미인이었습니다.
1950년대생 여배우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가 2세대 트로이카로 크게 활약했습니다.
이들은 이전의 눈물연기가 아닌 70년대 '호스티스물'의 시대를 열었는데 정윤희는 '나는 77번 아가씨 (1978)', 유지인은 '별들의 고향 3 (1981)', 장미희는 '겨울여자 (1977)'에서 호스티스를 연기했습니다.
이들 중 대중적 인기가 가장 많았던 정윤희가 1984년에 결혼으로 은퇴하면서 사실상 트로이카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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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정권 (1980 ~ 1988)에 대한 국민의 원성을 잠재우고 흥미를 돌리기 위해 에로티시즘을 내세운 영화와 간행물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시기에는 살짝 올라간 눈꼬리와 입꼬리가 올라간 고양이상을 선호했으며 대표적인 미인으로 배우 이미숙, 이휘향, 이보희가 있습니다.
1980년대 이미숙의 대표작은 1986년 '뽕', 이보희는 1985년 '어우동'입니다.
1990년대에는 이영애, 이승연, 김혜수, 걸그룹 '핑클'의 이효리 같은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미인으로 떠올랐습니다.
김혜수와 이효리는 여성의 섹시한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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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전지구적 영상시대에 서양의 미를 기준으로 하되 동양의 장점을 부각한 미인상이 추구되었습니다.
성형수술과 요가 등을 통한 적극적인 얼굴과 몸매 교정이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때는 고혹적이면서 선한 인상의 전지현, 송혜교, 손예진, 김태희가 대표적인 미녀인데 특히 김태희는 2010년까지 최고의 미녀로 일컬어졌습니다.
2010년 이후는 그전에 비해 특별한 미인이 없다고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미에 대한 관념이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추세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선호하는 여성의 얼굴은 어린아이와 같은 얼굴, 즉 ‘동안’입니다.
동안은 이마가 도톰하고, 두 눈 사이가 조금 넓으며 검은 눈동자는 크고, 코가 비교적 짧고, 입술과 귓불은 도톰하고, 볼 살은 통통하고 아래턱은 짧고 좁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싱어송라이터 아이유, 걸그룹 '소녀시대' 윤아와 '아이브'의 장원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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