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독자의 쉬어가는 여정/한국|카페

안국동 런던 베이글 뮤지엄 역마살 여행

찍고 앰버김 2024. 6. 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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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안국동에 오픈한 엄청난 베이글 맛집이 있다고 해서 가봤다.
개점시간 1시간 전부터 줄이 끝도 없이 서 있다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다.
가게 이름이 특이한데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창업자 이효정 창업자(CBO)가 좋아하는 단어를 합친 이름이다.
런던에서 일할 때 젊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고, 베이글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이었고, 뮤지엄은 시간의 누적을 표현할 수 있는 좋아하는 단어라서 세 개를 합쳤다고 한다.
베이글(bagel)의 어원은 1050~1350년대에 쓰인 독일어 beygl로 '반지, 고리'를 뜻하는 '뵈우겔(böugel)'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4길 20
영업시간: 오전 8시 ~ 오후 6시


'캐치테이블' 어플로 아침 9시에 71번 번호표를 받아 웨이팅 줄 서기를 신청하고 1시간 후 도착해서 30분을 문 앞에서 더 기다렸는데 웨이팅 32번이다.



가게 밖 진열대 안에 귀중품처럼 베이글이 전시되어 있다.
컨셉이 베이글이 전시된 박물관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아서 고민 끝에 직원에게 테이크아웃한다고 얘기했다. 5분쯤 후에 내 이름을 불러서 안으로 들어갔다.
매장 안은 시장통처럼 사람들로 북적인다.
열명도 넘는 직원들이 모두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인다. 매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직원들도 있다.
이효정 CBO가 이 매장에 '공간의 밀도'를 기획했다고 한다. 매장의 안과 밖의 공기, 손님들의 말소리와 식기 소리, 공간 구성원(직원들)의 움직임, 조명의 위치와 방향 등이 손님들에게 중압감을 느낄 정도의 에너지를 주려고 했다고 하는데 나는 바로 그 쉬지 않고 북적거리는 조금은 인위적이고 수고스러운 에너지를 느꼈다.
몇 시간씩 기다리는 손님도, 그 많은 손님들을 응대하고 뛰어다니며 애쓰는 직원들도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변공간의 복합적인 에너지(레이어 layer라고 표현했음)와 베이글의 맛이 결부되었을 때 독특한 맛의 경험된다는 창업자의 믿음이 내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었다.



실내는 별로 넓지 않고 촛불을 닮은 노란색 전구, 다듬어지지 않은 벽과 소품들이 어느 농가, 또는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 런던에 있는 박물관.
안쪽에 지면보다 낮은 방이 있는데 테이블과 의자는 만석이다. 시끌벅적한 매장과 달리 이 방에 앉은 사람들은 오랫동안의 기다림을 만회하려는 듯이 여유롭게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다.



매장 안쪽 창문 앞에는 여러 명의 직원들이 쉴 새 없이 베이글을 포장하고 있다.
런던베이글은 2시간은 기본인 살인적인 웨이팅 시간으로 유명한 만큼 영업 실적이 엄청나다.
지난해 매출액 360억 원, 영업이익 126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 3,000억 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1,000만 원이다.
매물로 나오기 직전인 올해 3월 런던베이글 창업자인 이효정 CBO가 런던베이글 사내이사직을 사임했고, 그의 남편 이민욱 이사가 4월에 사임한 이후 의류, 화장품 생산 및 판매와 카페도 겸하는 '아티스트 콤플렉스'라는 법인을 만들어 독립했는데 최근 인터뷰에서 "(런던 베이글 매각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고, 법인을 만들어 독립한 이유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나무 트레이에 담긴 베이글이 크기가 지름 10cm 정도로 크다. 화려한 색감이 눈에 띄고 윤기가 흐르는 게 범상치 않다.
커다란 베이글을 보면서 '베이글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얼굴은 아기인데 몸매가 풍만한 여성. 베이글을 먹으면 통통하고 풍만하게 된다는 말인가? 난 다이어트 중인데..



플레인 베이글이 인기가 많은지 몇 개 안 남았다.
베이글은 원래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이 만든 식사용 빵인데 우유와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서 담백하다.



플레인 베이글 다음으로 가장 무난한 맛의 참깨 뿌린 세서미 베이글과 온갖 종류의 깨를 뿌린 에브리띵 베이글이다.
외국에서 기름에 튀긴 베이글을 많이 봤는데 이곳은 오븐에 구워서 훨씬 격이 높다.



먹고 싶은 것들을 골라서 쟁반에 담아 계산대 위에 올려놨다. 세 명이 골라서 종류가 많다.
예상은 했지만 3만 원이 넘는다.
오늘 점심은 베이글이다.



직원이 싸 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받아보니 돌처럼 아주 묵직하다.
웨이팅부터 빵을 받기까지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집에 오는 길에 공원에 앉아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함께 따끈한 플레인 베이글을 탄성을 지르며 하나를 다 먹었다.
집에 와서 사진 찍기 위해 예쁘게 잘라 봤는데 안이 꽉 차서 쫀득하면서도 부드럽다.
내가 평소에 알던 베이글은 퍼석하고 질기고 종류도 별로 없었는데 '런던베이글 뮤지엄'의 베이글은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게 촉촉하고 쫄깃하게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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