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듯 말듯한 날 남산골 한옥마을에 갔다.
남산북쪽 필동 언저리는 조선시대에 맑은 물이 흐르고 푸른 학인 청학이 사는 청학동으로 불렸다.
이 청학동은 신선이 사는 곳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워 한양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삼청동, 인왕동, 쌍계동, 백운동과 더불어 한양 5동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이곳에 조선시대 전통한옥 다섯 채를 옮겨놓았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34길 28
영업시간: 하절기(4월~10월) 오전 9시 ~ 오후 9시
동절기(11월~3월) 오전 9시 ~ 오후 8시
*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
*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운영
* 공휴일 다음날 정기 휴관
집의 규모와 살았던 사람의 신분에 걸맞은 가구들과 선조들의 생활 모습을 보고 알 수 있는 명소이다.
1.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이승업은 경복궁 중건공사(1865~1868)에 참여했던 도편수이다. 도편수는 목수의 우두머리, 요즘의 건축가에 해당한다.
삼각동 이승엽 가옥은 1860년대에 지어졌다.
경복궁을 짓고 남은 자재들을 가져다 도편수인 본인이 직접 지었으며 중인계층의 가옥이지만 양반가옥 못지않게 화려하다.
이 집은 청계천 부근의 중구 삼각동 36-2번지에 있었는데 1998년에 남산골 한옥마을이 조성되면서 이 위치로 옮겨졌다.
안주인인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중심 건물인 안채에서 부엌과 안방 쪽은 지붕의 길이를 다르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안채의 안방이 있는 부분은 크고 높은 팔각지붕으로 되어있으나 사진의 왼쪽 부엌이 있는 부분은 맞배지붕으로 되어있다.
가부장의 생활공간이자 학문과 예술을 닦고, 손님을 접대하며, 묵객들이 모여 담소하거나 취미를 즐기던 공간인 사랑채는 안채보다 크고 높은 팔각지붕으로 되어있다.
특이하게도 사랑채 안에 작은 부엌이 딸려 있다.
부엌은 이전의 생활양식을 따라 만들어 턱이 깊고 안으로 쑥 들어간 형식이다.
솥 앞의 조리 공간은 허리를 숙여야 한다.
2.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의 집은 1890년 무렵에 지은 집이다. 이 집은 원래 종로구 삼청동 125-1번지에 있었는데 1998년 여기로 옮겨왔다.
'오위장'은 조선시대 중앙 군사조직인 오위의 군사를 거느리던 장수를 뜻한다.
집의 공간은 ㄷ자 모양으로 안마당을 둘러싸고 있다.
전체적으로 평민의 주택 양식을 보이고 있지만 사진의 오른쪽 안채가 있는 부분은 바깥의 골목과 직접 마주하기 때문에 벽의 상부에만 높은 창을 내고 아래쪽은 돌과 벽돌로 담을 만들어 격조를 높였는데, 이는 당시 서울 전통 한옥의 유행 양식이었다
안마당이 넓고 장독대가 부엌 쪽이 아닌 안주인 방 바로 옆에 있다. 장독대에서 매번 쓸 만큼의 장을 하인에게 직접 퍼주는 안주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부엌은 이전의 생활양식을 따라 만들어 턱이 깊고 안으로 쑥 들어간 형식이다.
솥 앞에서 요리하고 불을 지필 수 있는 깊게 파인 조리공간이 특이하다.
3. 옥인동 윤씨가옥
옥인동 윤씨가옥은 1910년 무렵에 지었으며 이 집의 당시 소유자는 순종의 황후인 순정효황후의 큰아버지이자 중추원 부의장 등을 지냈던 윤덕영이다.
원래의 위치는 옥인동 47-133번지이다.
남산골 한옥마을 집들 중 유일하게 이중문이 있어서 대문과 작은 대문 두 개의 문을 지나야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안채와 사랑채 구실을 하는 마루방과 대문간이 더해졌으며 안채 앞쪽의 기둥머리를 익고으로 치장하였다.
가옥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큰 ㅁ자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중앙에는 안마당이 있는 중앙 집중식 형태이다.
땅의 높낮이를 활용하여 건물의 공간을 구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상류층 주택의 면모를 보여준다.
다른 집들에 비해 부엌이 넓고 문턱이 낮다.
4. 관훈동 민씨가옥
관훈동 민씨가옥은 명성황후의 친척, 민씨 가문의 인물로 권력을 누렸던 민영휘의 저택 가운데 일부로, 1870년대에 지어졌다.
본래 종로구 관훈동 30-1번지(현 경인미술관)에 있던 집이다.
서울 지방에서는 흔치 않은 안방과 부엌의 나란한 ㄷ자 배치, 넓고 큰 목조구조 등은 당시 최상류 층 주택의 면모를 보여준다.
부엌은 문턱이 낮고 장독대가 부엌 안에 있다.
안주인 방 바로 옆에 부엌이 있어서 요리와 살림에 부지런한 안주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부엌을 사이에 두고 안주인과 반대쪽에 하인의 방이 있는데 부잣집 큰 살림을 하려면 안주인과의 돈독한 협업이 필요할 듯하다.
사랑채는 다른 집들과 달리 정원에 딸린 쪽문을 지나 있어서 안채와 독립된 구조다.
사랑채의 안은 벽이 없이 트여있는 구조이고 옆쪽에 방이 있어 잦은 손님 접대와 업무, 공부하며 쉬기에 좋은 구조다.
카페 '달강'
남산골 한옥마을 안에 있는 남산 국악당 건물 1층에 카페 '달강'이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좀 걸었으니 앉아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마셔줘야 한다.
아침 일찍 오니 손님이 없어서 조용하다.
커피와 같이 먹을 수 있는 다과는 많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
오늘은 장마철이라 강한 햇살이 없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다.
한옥이 주는 고유한 정취에 둘러싸여 차분히 풍경을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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