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의 날씨는 아침부터 땡볕이 내리쬐고 거의 매일 오후에 소나기가 몇 차례 내린다.
우리가 도착한 첫날은 이 지역에 오전부터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거대한 스콜이 지나가서 골프장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철수를 지시했었다는데 우리는 못 듣고 계속하다가 구사일생했다.
첫날 만났던 캐디는 이 장소에서만 캐디 일을 27년간 했기 때문에 천둥소리만 들어도 번개 구름이 가까이 있는지 머리 위에 있는지 다 안다고 했는데 번개 구름이 갑자기 가까이 온 것은 몰랐었다.

이곳에서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밥 먹고 골프 치고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저녁 먹고 나서 7시건 8시건 바로 곯아떨어졌다.
공기가 습하고 소나기가 자주 와서 빨래는 방 안에 널었는데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놔도 잘 안 마른다. 축축하지만 입을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사흘은 널어놔야 한다.
이곳에 온 많은 한국 사람들 중에 여름과 겨울에 몇 주에서 몇 달씩 머물다 가는 평생회원들이 많았다.
이번에 만난 한 부부는 회원이 된 지 14년이 되었고 이번에 3주간, 겨울에 1달 이상 머물 거라고 했다. 70대의 부부는 말레이시아의 여러 골프장을 전전하다가 여기 그린이 제일 좋아서 10년 전에 회원이 되었고, 이번에 한 달 일정으로 머물고 있다고 했다. 매일 즐거운 남편과는 다르게 부인은 딱 2주 정도까지가 좋고 그 이후는 좀 지루하다고 했다.

조호바루 팜리조트 골프 CC는 30년 전인 1994년 3월에 개장했으며 알라만다 코스 18홀, 쳄파카 코스 18홀, 멜라티 코스 18홀 총 54홀로 되어있는 대단위 골프장이다. 코스 이름은 모두 말레이시아의 꽃이름에서 따왔다.
알라만다 코스는 연못이 있는 홀이 많아서 정확도가 요구되고 페어웨이에 카트가 들어갈 수 없어서 길에 세워놓고 걸어 다녀야 한다.
쳄파카 코스와 멜라티 코스는 오전 8시 30분부터 페어웨이에 카트가 들어갈 수 있다.
쳄파카 코스는 매년 아시아 PGA가 개최될 만큼 자연경관과 코스가 좋은 대신 페어웨이가 좁고 변화무쌍하며, 공이 한번 들어가면 찾을 수 없는 넓고 깊은 벨리가 곳곳에 있다.
멜라티 코스는 원웨이 진행이며 가장 긴 코스라서 체력이 달리지 않으려면 롱샷을 할 수 있어야 한다. 90도로 꺾인 홀과 언덕 위에 티홀이 있는 곳이 있어서 쉽지 않다.
티타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이고, 저녁 식사 시간에 맞춰서 6시 정도까지 골프를 친다.

팜리조트 골프 CC는 원래 밀림이었던 곳을 골프장으로 만들었는데 라운딩을 하면서 작은 악어같이 생긴 코모도 여러 마리, 백 마리 정도의 원숭이 떼가 지나가는 것, 얌전하고 날씬한 들개 무리들이 평평한 홀 주위 그린에 앉아있는 것을 봤다.
또한 골프장 주위에 앉아서 우리들을 주시하고 있는 골프장 인부들을 자주 보았는데, 잃어버린 공들을 주워서 골프장 측에 팔아 용돈 벌이를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골프장에서 로스트볼을 파는데 흰색과 색깔 있는 공 수백 개가 나눠서 담겨있었다. 흰색은 하나에 2링깃으로 한국돈 600원 정도, 색깔 있는 것은 3링깃으로 한국돈 900원 정도이다.
이곳에서 한국돈 50,000원을 말레이시아 돈으로 환전했는데 152 링깃을 받았다. 한국돈 천 원에 말레이시아 돈 3.05 링깃이고, 환전할 때 한국돈 ×0.00305을 하면 된다.
한국돈이 말레이시아 돈보다 세배이상 가치가 있으니까 미화 50불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7만 원, 말레이시아에서 21~24만 원의 가치에 해당한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돈 1000원을 팁으로 주면 매우 감사해한다.


호텔 1층에 있는 조식뷔페는 아침 6시에 연다. 한국 사람들이 주 고객인 클럽하우스의 연식당과는 달리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샐러드 바가 오른쪽에 있고 정면에는 양고기 요리, 국수나 볶음밥요리, 닭고기 햄, 중국식 단팥빵, 콩요리와 빵이 있다. 커피 머신이 세 개 있고, 식당 중앙에는 조리장이 즉석 오믈렛을 만들어 주는 코너도 있다.
클럽하우스에 한국돈 3~4천 원에 해당하는 12링깃의 빙수를 파는데 넛이 들어 있어서 고소했다. 호텔 로비에 있는 식당에서 5~6천 원에 해당하는 18링깃으로 말레이시아 현지 음식인 나시고랭을 사 먹어봤는데 맛있는 중국식 볶음밥 같았고, 비슷한 가격의 해산물 스파게티와 스프도 맛있었다.
이번 여행은 음식을 맘껏 먹고 체력을 단련한 골프 전지훈련을 갔다 온 기분이다.
모든 게 잘 차려진 장박골프의 세상을 경험했는데 골프를 좋아하거나 골프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일 년에 몇 주에서 몇 달 이렇게 살면 아주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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