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 뒤쪽 다동·무교동 음식거리에 1956년 개업해서 68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부민옥에 갔다.
인근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는 물론 인기 회식 장소다.
근처 작은 노포로 시작해서 세 번째로 옮긴 게 현재의 가게다.
상호 부민옥은 한자로 부자 백성의 집이라는 뜻인데, 이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이 있다.
첫째는 개업 당시 못 먹고 못살던 시절에 장사를 열심히 해서 부자가 되겠다는 염원을 담아 만든 상호라는 것이고, 둘째는 창업주가 부산 서구에 있는 '부민 초등학교' 출신이라 '부민옥'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길 24-12 (다동)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10시 (오후 3시 ~5시 브레이크타임), 일요일 휴무
메뉴판이 비교적 간단하다.
육개장과 양곰탕, 양무침과 수육이 유명한데 특히 양무침은 부드럽고 쫄깃하며 비린 냄새가 없어서 인기라고 한다.
나는 어릴 적 외할머니가 자주 만들어 주시던 추억의 양곰탕을 시켰다.
양곰탕을 기다리는 동안 멸치, 깍두기, 김치 세 가지 반찬이 나왔다.
고추장 양념에 무친 멸치가 많이 짜지 않고 맛있어서 더 달라고 하니 더 주셨다.
반찬들은 미리 여러 그릇에 담아 놓았다가 바로바로 주신다.
파가 많이 들어간 양국물이 잡냄새가 없이 뽀얗고 담백하다.
투박하고 큼직하게 썰어 쫄깃한 양을 입안 가득 씹는 맛이 일품이다. 쫄깃하면서 부드러워 몇 번 씹으면 넘어간다.
나는 양을 간장에 찍어 먹었는데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국물 안에서 계속 나와서 남길까 하다가 결국은 다 먹었다.
양곰탕은 내 어릴 적 추억이다.
양과 도가니를 함께 넣어 약한 불에 하루종일 푹 고아서 만들어주신 외할머니의 정성이다. 푹 끓인 곰탕을 밤새 식혀서 새벽에 일어나 위에 응고된 기름을 떠내고 다시 한참을 끓여서 밥상에 올려주신 그 양곰탕이다.
고소하고 쫄깃한 그때의 맛에 비할 수는 없지만 덥고 추운 날 한 그릇 뚝딱 먹을 만하다.
땀을 많이 흘린 더운 날은 보양이 되고, 오들오들 추운 날은 몸을 따뜻하게 한다.
양은 소의 위장인데 4개의 위장 중 전체 위의 80%를 차지하는 첫 번째 위장이다.
요리를 하려면 먼저 뜨거운 물을 끼얹어 표면의 검은 막을 손으로 뜯어가며 벗겨야 한다. 그 양을 밀가루와 소금으로 잘 씻어서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푹 끓인 후 무를 넣어 다시 푹 끓인 것이 양곰탕이다.
양곰탕에는 지방이 없고 단백질과 비타민, 아연 등이 풍부해서 원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부터 자양강장 식품으로 여겨 허약한 이나 기운이 없을 때, 임산부, 회복기 환자들에게 양즙을 내려 보약처럼 먹었다.
국밥용 껍질이 있는 양은 조리할 때 내장 특유의 군내를 잡아야 하고 검은색의 겉껍질을 벗겨야 하는 과정이 힘들고 손이 많이 간다. 따라서 양은 먹고 싶을 때 사 먹을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양곰탕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주방 안과 밖에서 일하는 서너 명의 남자 직원이 음식 주문을 받을 때마다 "양곰탕 둘이요" "육개장 셋이요"를 번갈아가며 크게 외친다.
왠지 노동가를 부르는 것처럼 들려서 듣기 좋다.
부민각은 다동·무교동 근처의 직장인들이 자주 찾고 나이 지긋한 분들은 예전의 찬란했던 기억을 곱씹으며 찾아오는 맛집이다.
부민각이 이곳에 개업한 1956년 이 동네에 음식 거리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한국전쟁 후 유수의 언론사와 금융기관이 무교동과 다동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경제 발전이 활발히 시작되었고 유흥가와 먹자골목으로 황금기를 누렸다.
밥은 집에서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외식이 흔치 않던 그 시절 먹자골목은 젊은이들의 특별한 데이트 장소였고, 골목길에는 퇴근 후 샐러리맨들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대폿집들이 즐비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는 화려한 극장식 술집과 유흥 주점이 들어서며 낮이나 밤이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1980년대 이후 도심지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어 대형건물들이 들어서고 점차 옛 정취를 잃어갔지만 새로운 카페와 식당이 많이 생겼고, 지금도 서울 중심부에 있는 명동과 남대문, 북창동과 함께 다동·무교동 일대는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쇼핑과 먹거리 명소로 내외국인이 많이 찾고 있다.
앰구르망 총평:
음식이 맛있고 양이 많다.
양에 비해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밑반찬도 맛있는데 특히 멸치가 맛있고 원하면 부담 없이 달래서 더 먹을 수 있다.
예스러운 메뉴 특성상 웨이팅이 거의 없다.
메뉴를 노동가나 만세삼창하듯이 외치는 모습 등 오랜 가게의 전통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군데군데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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