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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떠오르는 생각들 (feat. 주절주절)

찍고 앰버김 2024. 7. 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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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장미비가 세차게 내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불을 켜고 앉아서 비에 대해 적어보았다.

1. 비는 뭔가? 자연이 주는 물이다.
서양 학문의 시조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따라서 비는 중요하다.
2. 비는 또 뭔가? 벚꽃을 만들었다가 금방 떨어뜨린다. 나뭇잎을 파릇파릇하게 키웠다가 나이가 들어 울긋불긋해지면 거름이 되게 한다. 고요한 숲 속의 아침 이슬이고 바다를 성나게 하고 도시를 쓸어버린다.
3. 도대체 비가 뭔가? 작은 물방울이다. 대기에 떠있는 물방울이 뭉쳐져서 구름이 되고 점점 커서 무거워진 구름이 떠있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게 비다.
4.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여름비를 창문을 통해서 보면 다이내믹하고 즐겁다.
그런 날 밖에 나가면 위험하고 개고생이다.
5. 비가 오면 초등학교 6학년 때 비 오는 날 동네 개울가에 수영하러 갔다가 못 돌아온 키 큰 개구쟁이 반 친구가 기억난다.
초등학교 때 구멍 난 천장 밑에 놓아둔 양동이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기억난다.
고3 때까지 체육시간이 싫어서 비 때문에 체육시간이 취소될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게 기억난다.
6. 황순원의 소나기,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미친 주인공 히스클리프, 파전과 동동주, 잠수교,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비 내리는 호남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노트북, 이웃집 토토로, 가을비 우산 속에, 티파니에서 아침을 에서의 오드리헵번, 그리고 1952년 영화 'Singing in the Rain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비 오는 도시의 거리에서 연인을 바래다주고 돌아오면서 우산을 들고 비를 맞으며 어린아이처럼 물방울을 튀기며 춤추는 재미있고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데 생긴 건 별로인 남자주인공 진켈리(Gene Kelly)가 떠오른다.
7. 오래전에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했던 내 친구의 말이 기억난다.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공장, 발전소에서 나오는 황산과 질산 같은 산성 물질이 녹아있는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더 벗어지기 때문에 한 방울의 비도 절대 머리에 닿게 하지 않겠다."
몇 년이 지난 후에 그 친구를 봤는데 애석하게도 머리숱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8. 비는 내게 '너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니까 다른 것 생각하지 말고 네 생각에 귀 기울여라'라고 말한다.
9. 비와 관련된 속담이 생각난다.
-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어떤 시련을 겪은 뒤에 더 강해진다.
- "여름 하늘에 소낙비": 여름철에 소나기 내리는 것이 그리 큰 대수가 아니듯 흔히 있을만한 일이니 놀랄 것이 없다.
-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 가뭄은 아무리 심해도 농사 피해로 끝나지만 장마로 홍수가 나면 다 쓸려가기 때문에 재산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날 수 있다.
- "여름비는 더워야 오고 가을비는 추워야 온다": 요즘 내리는 비는 한창 더운 때 내리는 장맛비로 대지를 식혀주니 고마운 비다.
- "봄비는 일비고 여름비는 잠비고 가을비는 떡 비고 겨울비는 술비다": 봄에 비를 맞으며 열심히 농사일을 하고, 여름에 비가 오면 다른 할 일이 없어서 낮잠을 자고, 가을에는 곡식이 흔해 비가 오면 일을 쉬면서 풍성한 수확물로 떡을 해서 먹고, 겨울에는 곡식이 슬슬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비가 오면 집안에서 술이나 마시며 지낸다.
- "봄비가 잦으면 마을 집 지어미 손이 크다": 봄비가 자주 오면 풍년이 들 것으로 예상이 되어서 부인들의 인심이 후해진다.
- “가을비는 시아버지의 수염 밑에서도 긋는다", "가을비는 장인의 나룻 밑에서도 긋는다": 가을비는 잠깐 오다 말기 때문에 시아버지나 장인의 수염 밑에서도 비를 피할 수 있다, 또는 잔걱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 "가을비는 내복 한 벌":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기온이 확 떨어져서 내복 한 벌을 껴입어야 할 정도로 춥게 느껴진다.- "늙은이 기운 좋은 것과 가을 날씨 좋은 것은 믿을 수 없다": 가을에는 날씨 변화가 심해서 어떤 날은 햇살이 따뜻했다가 어떤 날은 갑자기 찬 바람이 분다. 노인들의 건강도 이와 같이 언제 상황이 변할지 모른다.
- "오뉴월 장마는 개똥 장마다": 오뉴월 장마는 피해를 입기도 하지만 동시에 약간의 쓸모도 있다.
- "유월 장마는 쌀창고, 칠월 장마는 죽창고": 음력 유월에 지는 장마는 쌀농사에 필요하지만 음력 칠월에 지는 장마는 벼에 크게 해로워서 단단하게 익지 않고 푸석푸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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