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독자의 쉬어가는 여정/한국 & 카페

명동 리사르커피 (Leesar coffee) 역마살 여행

찍고 앰버김 2024. 7. 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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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가을날에는 편지를 써야 한다.
비가 세차게 오는 날에는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셔야 한다.
비가 오는 날 이태리 나폴리식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러 리사르커피 명동점에 갔다.
리사르커피는 명동의 동쪽 끝에 있다.
약간의 오르막 경사가 있는 거리를 걷는데 비를 맞은 돌바닥이 미끄럽다.
명동 중심부에서 벗어나 변두리로 가니 중심부와 달리 사람이 많이 없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 8가길 58
영업시간: 평일 오전 7시 ~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전 8시, 일요일 오전 11시

건물 외부와 카페 내부

반짝이는 검은색의 건물 외부는 내부의 검은색 카운터 색과 연결된다.
브라운색의 내부 인테리어와 그다지 밝지 않은 조명이 낮술을 한잔 마셔야 하는 분위기다.
커피를 시키려고 메뉴를 봤는데 커피에 술이나 아이스크림을 넣은 것을 제외하고 가격이 1,500원부터 시작해서 대부분 2천 원대다.
커피 전문점이라 주메뉴는 커피이고, 커피와 먹을 수 있는 달달한 스낵 몇 가지가 다다.
가격이 저렴해서 놀라는 기색을 눈치챈 카운터 직원이 원래 이 가격은 테이크아웃하는 손님들에게만 적용되고 가게에서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2천 원 정도 추가 요금이 있었는데 최근에 추가요금을 없앴다고 구구절절이 설명해 주었다.
가격이 싸고 직원도 친절해서 폭풍 주문했다.
카페 에스프레소, 카페 스트라파짜토, 그리고 카페 카푸치노. 거기에 하나에 천 원 하는 비스코티도 추가했다. 다 합해도 만원이 안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리사르커피'는 서울에 명동, 종로, 을지로, 청담, 약수점 5개의 가맹점을 두고 있고, 이태리식 에스프레소의 높은 가치를 가장 우선으로 하며, 소비자에게는 품질 좋은 원두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
로고가 늑대인데, 범인류적으로 가족과 일원을 보호하고 공동체로서 서로 협력하고 부양하는 본능을 나타낸다.



2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1층에 있는 테이블 세 개가 다 차서 2층으로 올라갔더니 자리가 텅텅 비었다.
노란색의 벽과 벽에 걸린 선명한 색상의 프랑스풍 그림들이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 커피숖에 온 것 같다.
작지만 다른 손님이 없어서 널찍한 느낌으로 비 오는 명동 거리를 내려다보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있겠다.



카페 카푸치노 2,500원

2층에 앉아있다가 진동벨이 울려서 커피를 가지러 1층으로 내려갔다.
우유거품으로 나뭇잎을 만들어주는 일반적인 장식은 없다.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카페 에스프레소와 카페 스트라파짜토는 둘 다 쓰고 진하고 고소해서 비슷하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스트라파짜토는 카페 에스프레소보다 뒷맛이 좀 더 깔끔하다.
비스코티는 커피숖에서 만든 게 아니라 사제품이지만 딱딱하고 달아서 쓴 커피와 잘 어울린다.
이 카페의 '카페 카푸치노'는 매우 작아서 60 ~90ml를 담을 수 있는 전형적인 에스프레소 잔에 담아서 준다. 보통 커피점에서 주는 잔의 반도 안 되는 크기다.
나머지 두 잔은 각각 25 ~35ml를 담을 수 있는 에스프레소 샷잔에 담겨 나오는데 손가락 한 개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다.

푹신한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서 카페의 통창에 요란하게 비 떨어지는 소리와 물방울의 모습을 감상한다.
길 위에 쉴 새 없이 튀는 빗방울과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바쁘게 보인다.
나는 바쁘지 않다. 의무와 책임과 자유의 그 어느 선상에서 줄이 요동치지 않게 기도하며 산다.

풍경을 감상하며 마시다 보니 어느새 커피의 온기가 사라지고 있어서 남은 커피들을 허겁지겁 다 마셨다.
작은 잔에 주는 에스프레소는 빨리 식기 때문에 빨리 마셔야 한다.
외국에 살 때 집 주변에 있는 포르투갈 빵집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설탕 한 스푼 넣어 휘젓고는 앉지도 않고 서서 원샷하고 나가는 남자 손님들을 자주 봤다.
이유는 바로 식기 전에 마셔야 하기 때문이었다.



세잔의 커피와 명동거리

대부분의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추출은 가장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정밀하고 중요한 과정이다.  
보통 커피숖에서는 20g의 원두로 30~35ml 에스프레소 한잔을 만드는데 이 안에는 75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더 적은 양의 원두로 적은 양의 에스프레소를 만든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비싸고 양 많은 커피를 하루에 한두 잔 마시는 게 아니라 소량의 저렴한 커피를 자주 마신다.

이 카페는 가격과 커피 양을 낮춰서 더 자주 마시게 되는 이탈리아 방식을 따랐다.

에스프레소를 양껏 마시고 커피잔 세 개를 위로 나란히 탑을 쌓으니 뿌듯하다.
다음에는 한잔씩 사서 따뜻할 때 음미하면서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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